평범한 건강검진에서 터진 폭탄선언 💣
2023년, 매년 하던 건강검진에서 복부 초음파와 CT를 찍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역시나였다.
"담석이 2개 있네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담석? 그게 뭐지? 돌이 몸 안에 있다고?
담석은 말 그대로 담낭(쓸개) 안에 생긴 작은 돌멩이다.
주로 콜레스테롤이나 빌리루빈 같은 성분들이 뭉쳐서 만들어진다.
마치 진주가 조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담즙의 성분들이 시간을 두고 천천히 결정화되어 돌처럼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내 것은 진주가 아니라 그냥 돌이었다. 아름답지도 않고 값어치도 없는... 😅

돌만 빼면 안 되나요? 왜 통째로 제거해야 하죠? 🤔
처음엔 의문이 들었다.
"돌만 빼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담낭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담석이 생기는 이유는 담낭의 기능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담낭은 담즙을 적절히 농축하고 배출하는데, 담석이 생겼다는 것은 이미 담낭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돌만 제거하고 담낭을 그대로 둔다면, 마치 고장 난 세탁기를 계속 쓰는 것과 같다.
언젠가 또 다른 돌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돌 제조 공장을 그대로 두고 돌만 빼내는 격이니까!
또한 담석이 담낭에서 빠져나와 담관을 막으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황달, 췌장염, 심지어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의학계에서는 "예방이 최고의 치료"라는 원칙 하에 담낭을 아예 제거하는 것이다.
다행히 담낭은 없어도 살 수 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담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십이지장으로 흘러가면 된다.
물론 지방 소화가 조금 불편해질 수는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명의를 만나다 - 이우정 교수님 ⭐
수술을 결정한 후, 제일 이비인후과로 자리를 옮기신 전 세브란스 이우정 교수님을 찾아뵙게 되었다.
원래도 명의로 유명하셨고, 과거 세브란스에선 암환자가 아니라면 예약조차 안 되던 교수님인데,
퇴임하시고 나니 이제 조금은 쉽게 만나뵐 수 있게 되었다.
교수님은 차분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수술 과정을 설명해 주셨다.
"복강경 수술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배에 작은 구멍 몇 개만 뚫고 카메라를 넣어서 담낭을 제거하는 방식이에요.
흉터도 거의 남지 않고 회복도 빠릅니다."
복강경 수술은 정말 놀라운 기술이다.
예전에는 배를 크게 열어야 했지만, 이제는 0.51cm 정도의 작은 구멍 34개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하다.
마치 열쇠구멍으로 방 안을 들여다보면서 청소하는 것과 같다.

수술 당일 - 바로 수술하고 마취에서 깨어나니... 😴
병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면 몸 안에 있던 돌멩이 2개와 작별인사를 하는구나.' 그런데 그것보다 '내가 장기 하나를 떼는구나...'
수술 당일 아침, 금식 때문에 배가 고팠지만 긴장감이 더 컸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로 향하는 길, 휠체어 하나 타고 들어가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마취가 시작되고 나서는 기억이 없다. 다시 휠체어에서 정신없이 태워지는 나.
"수술 잘 끝났어요~" 그렇게 다시 병실...

가스와의 전쟁 - 좀비 걸음 시작! 🧟♀️
수술 후 첫날은 조금 아팠나?
아무리 복강경 수술이라고 해도 몸 안에서는 상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니까.
하지만 예상보다는 훨씬 괜찮았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살짝 어깨가 아픈 것이었다.
아마도 수술 시 복강에 넣은 이산화탄소 가스 때문이었을 것. 가스가 몸 안에서 이동하면서 어깨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다.
마치 탄산음료를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간호사님이 말씀하시길, "가스를 빼려면 빨리 걸어야 해요. 누워있으면 가스가 더 오래 머물거든요."
그 말을 듣자마자 수술 후 1시간도 안 되어서 병원복도를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오히려 누워있으니 자꾸 마취 때문에 졸리기만 했어서 걷는 것만이 답이었다.
처음엔 정말 우스꽝스러웠다.
수술복을 입고 링거를 끌면서 병원 복도를 천천히 걸어 다니는 모습이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걸을수록 정신이 또렷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환자분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복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모두 복도에서 천천히 걸어다니는 광경은 묘하게 동지애를 느끼게 했다.
"우리 모두 가스와 싸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진들은 이를 "조기 보행"이라고 부르더라.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걸어 다니니 혈액순환도 좋아지고, 장운동도 빨리 돌아오는 것 같았다. (방귀가 나와야 함)
그리하여, 오늘 장기를 뺀 수술 환자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도 빨랐다.

🪨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다
수술 후 의료진이 작은 비닐봉지를 들고 와서는 "원하시면 가져가세요"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내 몸에서 나온 담석 2개가 들어있었다.
사실 의료폐기물인데 기념품처럼 주신 것이었다. 비닐봉투 안의 담석들은 생각보다 정말 컸다. 공깃돌보다도 컸는데...
이런 게 내 몸 안에 있었다니! 거의 스님으로 치면 내가 사리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 😂
"와, 이게 정말 내 몸에서 나온 거예요?" 물어보니
간호사님이 웃으시면서 "네, 귀하의 소중한(?) 담석입니다"라고 하셨다.
어떤 환자분들은 이걸 액자에 넣어서 기념품으로 보관하신다고도 하더라.
지금도 서랍에 잘 보관하고 있는데,
아주 가끔 담낭 절제 수술 이야기를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아주 놀래고 진짜 가관이다.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 담석.
지금도 의료폐기물을 버리지 않고 잘 간직하고 있는 이상한 나... 😅

4인실에서 1인실로 대탈출! 🏃♀️
처음에는 4인실 병동에 배정받았다. 2박 3일 입원에 병원비 절약도 하고, 다른 환자분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같은 병실에 같은 날 탈장 수술을 받으신 분이 계셨는데, 3번째 수술이라고 하셨다.
2번의 대학병원에서 실패한 수술을 이우정 교수님께 받으러 온 환자분이셨다.
들어오자마자 하루 밤새도록 너무 시끄러우셨다. 1시간마다 의사, 간호사를 실시간 호출해 대는 것은 기본이고, 중간중간 큰 소리로 신음하시거나 짜증을 내고 친구들과 "죽겠다"며 전화통화를 하셨다.
"아, 이러면 안 되겠다." 같이 있으면 내 회복에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느낌...
결국 간호사실에 가서 1인실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비용이 훨씬 비쌌지만, 수술 전후로 제대로 쉬지 못하면 회복에도 영향을 줄 것 같았다. 돈이 아무리 비싸도 스트레스받으면서 견딜 수는 없더라.


1인실로 옮기고 나니 세상이 달라졌다.
역시 1인실은 좋아!
조용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우정 교수님의 특별한 케어 👨⚕️
4인실 병동에 있었을 때 맞은편 여자분이 믿기지 않아 했다.
"그렇게 안 아프다고요? ㅎㅎ" "네 진짜예요"
실제로 이우정 교수님도 연대세브란스에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무지 바쁘셨을 텐데,
그래서 아무리 내가 수술 환자라 해도 얼굴조차 자주 뵙기 어려웠을 텐데...
"괜찮죠?" "안 아프죠?" "별일 없죠?"
여기선 진짜 자주자주 병실 문을 열고, 진짜 너무 감사할 정도로 자주자주 괜찮은지 물어봐주시고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했다. 그래서인가... 내 회복은 너무나도 잘 되었다.

퇴원 후 - 지방과의 이별, 그리고 재회 🍖
수술 후 2박 3일 만에 퇴원했다.
배에 반창고가 붙어있긴 했지만, 걸어서 집에 갈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빨랐다.
퇴원 후에는 역시나 지방이 많은 음식을 조심해야 했다.
아무래도 담낭이 없으니 지방 소화가 예전만큼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담낭은 사실 소화기관은 아니다. 담즙을 잠시 저장해 두는 용도이다.
지방이 들어오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인데 나는 이제 그런 공간이 없다.
당연히 치킨이나 삼겹살 같은 음식은 한동안 작별해야 했다.
초반엔 내 몸에서 전혀 고기를 받지를 않아서 자동으로 못 먹게 되었다.
심리적인 면도 컸다고나 할까... 고기만 먹으면 설사를 주룩주룩 화장실로 달려가기도 했다.
실제로도 나는 수술 후 6개월은 고기를 못 먹었다.
약간의 두려움과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기 때문에...


1년 후 - 쓸개 없는 여자의 근황 💪
수술 후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담낭이 없으면 어떨까 싶지만 현재로선 전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초반 1~2년간은 가끔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속이 조금 불편했지만,
오히려 저탄고지에 카니보어까지 적응하고 진짜 매일매일 고기를 먹어도 변에 전혀 이상이 없다.
게다가 어릴 때보다 더 건강한 식습관을 갖게 되었다.
사실 내가 이 수술을 하기 전, 지인 어머님이 먼저 이 수술을 하셨다. (그분은 연대세브란스에서)
내가 막 아는 척하면서 담낭에 돌이 있으면 무조건 빼야 한다며 핏대 높였는데 나도 이 수술을 하게 되다니...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 같다. 늘 나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담낭 결석 2개로 담낭 제거까지 이어진 지금, 결국 더 건강한 삶으로 이어진 것 같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전문가의 조언을 따른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금도 가끔 수술 부위를 보면 작은 복강경 흉터들이 있다.
재생크림을 잘 발랐어야 하지만 그냥 러프하게 관리했다.
하지만 그 흉터는 앞으로 내가 더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증거다.
더 이상 장기를 빼는 일은 없어야겠지? ^^...
나의 수술기를 꺼낸 이유는 아무래도 나도 정보가 너무 없었다.
이상하게 담낭 수술 검색하면 동물병원 수술기가 나오고, (개들이 많이 하나...)
암튼 지금이라도 담낭 제거 수술을 고민하거나 궁금하신 분들은 댓글 달아주시면 아는 한도 내에서 답변해드리려고 한다.
P.S. 담석은 아직도 서랍에 소중히(?) 보관 중... 가끔 꺼내 보며 건강관리 각오를 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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